INTERVIEW_Claire Kim 작가

Artist Interview

By 보더맨 프로젝트 @borderman_kr

보더맨 프로젝트에서 대중문화에 기반하여 끝없는 상상력을 풀어내는 #clairekim(@clairesatelier) 작가를 인터뷰했습니다.  작가는 매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다양한 문화적 요소와 내러티브를 이미지 속에 녹여내며 이를 바탕으로 문화권을 초월하는 확장성을 만들어 냅니다. 따라서 그림을 마주한 사람들은 현재의 시점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기도, 노스텔지아의 저편에서 공감대를 끌어 올수도 있게 됩니다.
“…. 특징은 제가 그리는 인물이 만화적이라는 것과, 드라마적 전개에 따른 장면을 상상하며 회화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공상과 상상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인데 제 그림이 다른 이의 상상에 단초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Claire Kim 작가님께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Q. 안녕하세요? 작가님. 간단한 소개부터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저는 주로 인물화를 그리고 있는 회화작가 김선경이라고 합니다. 홍익대학원과 왕립예술대학(Royal College of Art)에서 회화과 석사를 마쳤고 대중매체에서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인간관계의 시뮬라크르에 대해 제가 경험한 하위문화 이미지를 재구성하여 작업하고 있습니다. 8월에 런던에서 개인전<In Yeon, 인연, 因緣>을 개최하였습니다.

Q. 작가님 포트폴리오에서 경제 및 무역, IT 업계에 대한 이력이 눈에 띄더라고요. 처음부터 미술을 공부하시진 않았던 것 같은데, 이렇게 작가로 활동하게 된 경위를 여쭤봐도 될까요?

진부한 이야기지만 미술은 취미로 두라는 부모님 말씀에 미대진학을 포기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전공을 살려 IT업계에서 마케팅 업무를 했습니다. 오랜 기간 업무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진급하고 아이들도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제게 주어진 워킹맘의 역할에 대한 책임감이 너무 버거웠던 시기가 좀 길었습니다. 불면증으로 잠을 못 이룰 때면 그냥 책을 계속 읽거나 드로잉을 했고, 그 때 미술관련 서적을 많이 읽게 되었습니다. 책으로만 하는 미술연구에 갈증을 느껴, 미술학도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Q. 대중문화 이미지를 바탕으로 삽화 형식의 회화 작업을 하신다고 말씀해 주셨었는데, 작업의 특징이나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지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제가 의도했다기보다는 저에게 자연스럽게 체화된 것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 같습니다. 특징은 제가 그리는 인물이 만화적이고, 만화나 드라마적 스토리 전개에 따른 장면을 상상하여 회화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공상과 상상을 정말 많이 하는 편인데 제 그림이 다른 이의 상상에 단초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앞과 뒤의 전개를 상상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되, 그것이 모호한 미소를 짓게 하는 것이면 합니다.

Q. 한 화면에서의 문화적 융합과 관련하여, 이러한 요소를 혼합하고 다루는 데에 있어서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나요? 작가님 그림에 대한 최근 비평을 읽어보니, 다문화, 문화적 융합에 대한 언급이 많아서요.

서양인의 시선으로는 아마도 동양의 여성이 그렸기 때문에, 제 그림 속에서 다문화적 코드나 문화적 융합의 내러티브를 찾으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인연이라는 단어가 불교 용어고 인물은 동양인인지 서양인인지는 모르겠지만 자국인 같지는 않고, 구도나 표현법을 서구적이라고 느끼거나, 유화의 역사적 특징을 제 그림에서 찾아내기도 하죠.
저는 낚시를 마친 소년이 존재가 모호한 인연에 대해 그리워하는 느낌을 표현했는데, 감상자는 낚시대는 남근을 상징하고 팔루스가 질서를 세우기전의 공백을 암시하는 것이라는 전혀 다른 문화적 코드로 해석하듯이요. 이러한 평가가 좀 생경하게 다가왔습니다. 저 역시 문화를 특정지어 그리지는 않았지만, 어떤 특정 문화권을 구별하기 힘든 인물 표현법에 대해 오히려 분류하기 좋아하는 이곳의 문화가 문화적 융합이라 정의 내린 것 같습니다.

Q. 개인적으로 그림에서 가장 눈이 가는 부분은 은근히 관객과 시선을 맞추려고 하는 인물들인 것 같아요. 르네상스 이후 유럽 회화에서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인물 그림들은 그 작품의 주인이 될 누군가를 의식하고 있는 구도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물론 그러한 권력 관계와는 다른 결이긴 하겠지만 작가님 그림을 보며 그 이야기가 생각이 났어요. 가능하다면 ‘시선’에 대한 이야기 부탁 드려도 될까요?

인물화는 눈으로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작품 속 인물들의 시선과 나의 시선, 작품 속 인물간의 시선은 상상을 불러 일으켜 특별한 원근법 없이도 깊이감과 생동감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장치입니다. 그리고 관람자를 그림 안으로 끌어들여 평평한 화면 속에서 공간을 만들기도 하고요.
작품이 관객에게 던지는 모호한 시선들을 해석하고 상상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고 저는 작가로서 저의 시선에 좀 물음표를 던지는 편인데요. 멍하니 바라보는 시선의 끝에 있는 사물과, 그 공허한 시선 너머에 있는 우리가 가닿고자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하는 질문같이요. 가령 책상 위에 향수를 보고 있는데, 향기로 사람을 기억하거나 추억한다는 소설 속 인물이 떠올랐고,, 이어서 기억나는 사람을 밤새 그리워했던 젊은 날 같은 장면을 머리속으로는 이미지화하여 보는거죠. 우리는 짧은 순간 많은 이미지를 눈으로, 머리로, 향기로, 느낌으로 볼 수 있는데, 그림 속 인물을 타자로서 궁금해하는 것을 넘어 시선을 주고 받고 내 경험을 떠올려 대화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회화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Q. ‘관계성’에 대한 질문도 드려보고 싶어요. 아무래도 대부분의 작업에 많은 사람들이 등장하고, 또 다양한 문화권에 기반하고 있는 사람들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결국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기존의 명화를 하나의 장치로 사용하거나, 제 그림을 다시 새로운 그림에 인용하면서 그림간의 시간의 흐름, 장소의 관계성 그리고 인물의 관계성을 은연중에 표현합니다. 이 관계성은 긴 서사의 한 장면으로만 존재하기도 하고 이어지기도 하죠.
대중문화 속 인물의 서사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본 것이긴 하지만 저희 인생에서의 인간관계도 마찬가지 인 것 같습니다. 철저히 개인이지만 항상 무리와 군중에 섞여 집단적 행위를 하는 개인들이죠. 교육과 대중문화가 반복 재생산해내는 이미지에 자신과, 자신이 맺는 관계와, 사는 모습 등등을 맞추어 순응하게 되는 개인들이요. 여러 대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성질은 아마 그들의 시선과 제스쳐, 표정으로 상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작가가 직접 설명하는 것은 오히려 흥미를 떨어뜨리게 될 것 같습니다.

Q. 지금 영국에서 개인전을 하고 계신 걸로 알아요. 인터뷰 업로드 당일에는 전시가 끝나 있을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혹시 관련하여 이야기하고 싶으신 부분이 있나요?

긴 이야기를 하나의 화면으로, 11개의 작품으로 소개하다 보니 아쉽기도 했습니다. 장편드라마의 짧은 예고편 같았는데, 그 예고편을 편집하는 사람이 큐레이터잖아요. 솔직히 큐레이터의 역량과 역할에 대해 좀 많이 놀랐어요. 다른 그룹전에서 제 그림을 보고, 스튜디오로 찾아와 여러 작업물들을 검토하면서 개인전 제안을 해주셨을 때도 기뻤지만 무엇보다도 평범하다고 생각한 작품 속에서 다른 해석거리를 찾아낸 것이 더욱 충만한 경험이였습니다.
또 제가 미술을 시작했을 때는 이미 나이가 있어서 제약이 많았는데 영국에서는 모든 기회에 나이 제한 없어 가능했던 일들이 여러 번 있었죠. 로즈 와일리나 모지스 할머니같은 화가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랄까요? 그래서 만화 같은 서사를 관객에게 소개할 때도 거리낌이 없었습니다. 인도인이 느끼는 문화적 동질감, 영국인이 즐겼던 전형적 표현기법, 같은 동양인이 찾아내는 다문화적 특징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에 조각(Sculpture)이나 다른 예술분야(Music, dance, media art 등)와는 달리, Painting에는 ing가 붙는 이유를 경험했던 전시였습니다.

Q. 그럼 마지막으로, 후일 국내에서 전시를 하시게 될 때를 고대하며 한국 관람객들에게 한 말씀 부탁 드려도 될까요? 

현대미술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메가 시티들은 보통 문화적 배경이 상이한 인종들의, 범지구적인 다양한 주제들을, 한 무대에서 보고 들을 수 있기에 해석도 감상도 더 다채로운 것 같고, 또 그러한 분위기가 작가를 더 자유롭게 하는 것 같습니다. 무거운 주제도 가벼운 주제도 같은 무게로 진지하게 감상하는 자세는 저 같은 신인에게 커다란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될 것 같아요. 대중문화를 회화로 전달하려는 제 이야기는 어떤 이에게는 비판적인 동시대적 감성을, 어떤 이에게는 허황되고 유치한 레트로 감성을, 또 다른 이게는 이질감이라고는 없는 추억으로 다가갈 수 있을 겁니다. 저는 그 모든 감성과 감상이 간질간질하고 설레임 가득한 것이였으며 좋겠고 그런 기대감을 가지고 곧 만나 뵐 수 있기를 바랍니다.

보더맨 프로젝트 콘텐츠에 참여해 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작가님의 작업 활동에 앞으로도 좋은 일만 있길 바라겠습니다.

2024년 8월 24일자 @borderman_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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